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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섬- 장그르니에 섬 - 장그르니에 혼자서,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도시에 도착하는 공상을 나는 몇 번 씩이나 해 보았었다. 그리하여 나는 겸허하게, 아니 남루하게 살아보았으면 싶었다. 무엇보다도 그렇게 되면 을 간직할 수 있을 것이다. 나 자신에게 대하여 말을 한다거나 내가 이러이러한 사람이라는 것을 보인다거나, 나의 이름으로 행동한다는 것은 바로 내가 지닌 것 중에서 그 무엇인가 가장 귀중한 것을 겉으로 드러내는 일이라는 생각을 난 늘 해왔다. 무슨 귀중한 것이 있기에? 아마 이런 생각은 다만 마음이 약하다는 중거에 지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인간의 정신과 시간 사이에는 견디기 어려운 관계가 맺어져 있다. ⠀ 우리나라 제일 남쪽에 있는 서귀포 앞 바다에는 4개의 섬이 있다. 범섬, 새섬, 문섬, 섶섬. 4개의 섬이.. 더보기
어느 개의 죽음 - 장그르니에 어느 개의 죽음 - 장그르니에 "나는 누군가에게 애착을 품고 싶지 않다. 하지만 누군가 나에게 애착을 갖는 것은 좋다. 내 동류의 인간들은 모두 이런 식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자신들의 소망을 들어 줄 상대가 없을 때는 개를 구한다. 개의 눈에는 그 누구도 절름발이가 아니고 추한 인간도 장님도 귀머거리도 아니고 몸이 기형이지도 않고 늙지도 않았다." ⠀ 프랑스 소도시를 여행하던 작가 장그르니에는 자신을 쫒아오던 떠돌이 개 '타이오'를 기르게 된다. 아이들이 던진 돌에 눈을 맞은 걸 보고는 자신이 데려다 키우겠다고 마음 먹은 것인데 시간이 흘러, 어느새 개에게 다가온 임종의 고통에 괴로워하다 결국 영원히 낫게 해주기 위해서 안락사를 시킨다. 그르니에는 그것이 정말 개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자신.. 더보기
요가매트만큼의 세계 - 이아림 요가 매트 만큼의 세계 - 이아림 "요가에는 드리쉬티라는 개념이 있다. 응시점을 뜻하는데, 동작을 취할 때 마다 바라봐야 하는 한 지점을 말한다. 우리가 드리쉬티를 놓치면 마음은 제멋대로 떠돌고 자연히 약해질 수 밖에 없다. (몸은 균형을 잃고 흔들린다.) 이것은 매트 밖 삶에도 통용되는 지혜다. 자신의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무엇에 집중 할 것인지 수시로 묻고 붙들지 않으면 우리는 자꾸 길을 잃고 인생을 낭비하게 될 것이다." ⠀ 책 보는 자세가 좋지 않았는지 작년, 책에 몰두하는 대신 전거근 통증을 얻었다. 어깨 죽지가 한 번 뻐근하면, 두통까지 올라온다. 근원적인 치료를 위해 요가학원을 등록했는데, 하루 일과 중 작은 보람과 성취를 안겨주고 있다. 처음 요가를 시작했을 땐, 미어캣처럼 두리번 두리.. 더보기
산에는 꽃이 피네 - 법정스님 / 류시화 엮음 산에는 꽃이 피네 - 법정스님 / 류시화 엮음 ⠀ 처음에 우리가 이 책의 제목으로 삼았던 것은 이것이었다. "바로 지금이지 그때가 따로 있는것이 아니다." ⠀ 임제 선사는 또 말한다. '바로 지금이 다시 시절은 없다.' 지금이 바로 그때이지 다른 시절이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들의 삶과 죽음이 지금 이자리에서 이렇게 전개되고 있다. 어떤 사람이 불안과 슬픔에 빠져 있다면 그는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의 시간에 아직도 매달려 있는 것이다. 또 누가 미래를 두려워 하면서 잠 못 이룬다면, 그는 아직 오지도 않은 시간을 가불해서 쓰고 있는 것이다. 과거 강물처럼 이미 지나가 버렸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과거나 미래 쪽에 한 눈을 팔면 현재의 삶이 소멸해버린다. 보다 직설적으로 표현한다면 과거도 없고, 미.. 더보기
살고 싶다는 농담 - 허지웅 살고싶다는 농담 - 허지웅 그는 2018년 악성림프종 진단을 받고, 방송이 아닌 병동으로 들어갔다. 그 곳에서 평소와 같은 보통의 하루가 아닌, 투병으로 인해 수많은 바닥과 천장을 보았다고 한다. 그는 과연 그 바닥과 천장 사이를 어떤 마음으로 오갔을까? 실제로, 내 마음이 바닥과도 같고 천장과도 같을 때가 있다. 그것도 하루에 말이다. 신나고 즐거운 일은 계속될 수 없었고, 우울하고 슬픈일은 내 마음을 짖누르다가도 갑자기 다른 일이 그 무게를 대신하기도 했다. ⠀ 그런 하루에 여러 감정들이 마음을 스치는데, 죽음 앞에서는 그 오만가지의 상황과 감정들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또한 몸 상태가 고통 없는 죽음의 단계가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프더라면 사소한 일따위는 안중에도 없을 것 같다. 우리.. 더보기
마음챙김의 시 -류시화 마음 챙김의 시 - 류시화 "우리 자신이 실재임에도 우리는 계속 밖에서 실재를 찾는다." 인도 성자 - 라마나 마하리시 ⠀ 신종코로나바이러스19사태와 사회적거리두기 단계 격상으로 인하여 휴식을 제외하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의 책 내용 처럼 이미지에 다다르기 바빴던 지난 날을 뒤로하고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해서, 독서 이외에 내가 배우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 찾아보게 되었다. 미약하지만 이러한 발걸음은 나의 인생그래프에 있어서 중요한 변곡점이 된 듯하다. 글로 표현하는 것이라 허황되어 보일 수 있으나, 사고의 흐름처럼 말이나 글따위의 표현들을 반복함으로써 현실이 되려고 애쓰고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 하지만 불현듯 자신에게 '확신'을 갖고자 반복된 집요한 물음.. 더보기
동생이 생기는 기 분 - 이수희 동생이 생기는 기분 - 이수희 "형제가 생기는 일은 마이너스에서 플러스가 되는 일이 아니다. 0에서 1이 되는 일도 아니다. 1과 1이 만나 서로 곱하고 나누는 일이다. 우리는 각자 1로 존재하면서 함께 아웅다웅 살아갈 것이다. 모든 관계가 그러하듯이 가끔은 더하고 빼면서" ⠀ 동생이 생기는 기분이란 무엇일까? 내게도 5살 터울의 남동생이 있다. 하지만, 오랜 시간을 함께 공유하고 살아온 탓인지 동생은 태어날 때부터 함께 있었던 존재처럼 여겨진다. 그래도 5년이라는 터울로, 늘 보살핌의 대상이 된 동생. 그러나 으레 남매, 형제, 자매들의 이야기처럼 불같이 다투다 다시 밥상에 둘러 앉아 상을 공유하는 그런 관계, 뻔하지만 각 가정에 웃기고 슬픈 헤프닝들이 있기에 서로를 더 멀리 밀어내고 더 가깝게 감싸주.. 더보기
죽음을 이기는 독서 - 클라이브 제임스 죽음을 이기는 독서 - 클라이브 제임스 2010년 초, 병원 문을 나서는 내 손엔 백혈병 확진과 함께 폐까지 망가졌다는 진단서가 들려 있었다. 귀에서 째깍째깍 시계 초침 소리가 들렸다. 이렇게 된 마당에 새 책이든 중요한 책이든 간에 책이란 걸 읽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혹은 내가 이미 아는 훌륭한 책들조차도 다시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지 궁금해졌다. 이제 나에겐 책을 끝까지 읽을 시간이 없을 수도 있기에, ⠀ 아주 가벼운 책을 읽기 시작하는 것조차도 대단한 일처럼 보였다. 자리보전하고 몸져눕는 대신 다시 한 번 회복해서 두 다리로 설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 때문에 '나중에' 라는 개념이 갑자기 비현실적이라기보다는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불이 언제 꺼질지 정확한 시간을 알 수 없다면 불이 꺼질 때까지..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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