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생기는 기 분 - 이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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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리뷰

동생이 생기는 기 분 - 이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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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생기는 기분 - 이수희



 "형제가 생기는 일은 마이너스에서 플러스가 되는 일이 아니다. 0에서 1이 되는 일도 아니다. 1과 1이 만나 서로 곱하고 나누는 일이다. 우리는 각자 1로 존재하면서 함께 아웅다웅 살아갈 것이다. 모든 관계가 그러하듯이 가끔은 더하고 빼면서"

 동생이 생기는 기분이란 무엇일까? 내게도 5살 터울의 남동생이 있다. 하지만, 오랜 시간을 함께 공유하고 살아온 탓인지 동생은  태어날 때부터 함께 있었던 존재처럼 여겨진다. 그래도 5년이라는 터울로, 늘 보살핌의 대상이 된 동생. 그러나 으레 남매, 형제, 자매들의 이야기처럼 불같이 다투다 다시 밥상에 둘러 앉아 상을 공유하는 그런 관계, 뻔하지만 각 가정에 웃기고 슬픈 헤프닝들이 있기에 서로를 더 멀리 밀어내고 더 가깝게 감싸주는 것 같다.

 작가는 10살의 터울인 어린 동생이 태어나고 함께 자라온 이야기를 150편의 귀여운 네컷의 만화와 12편의 공감할 수 있는 에세이로 펼쳐내고 있다. 외동으로 10년, 수진 언니로 19년을 살아온 작가 10살 차이 터울 답게 저도 아직 어리지만 아기처럼 동생을 예뻐하기도 하고, 사춘기의 시절 사소한 말다툼이 번져 서로의 마음에 생채기를 내기도 한다. 그럼에도 사소하지만 지나간 일을 담아두고 동생을 보듬어주려는 노력, 참 인류는 가족이라는 작은 사회 속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하는 것 같다.

"수희가 외로웠을 텐데 잘됐다."
엄마의 임신 소식을 알렸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어린 나에게는 그것이 항상 의문이었다. 나랑 대화해 본 적도 지내 본 적도 없으면서 왜 나에게 외로웠을거라고 할까?

 처음 작가가 외동이라는 시간을 보냈을 때 '외동' 이라는 편견이 싫었다고 고백한다. 나 또한 20년 전엔 '혼자면 외로워' 혹은 '외동은 버릇이 없어' 라는 말을 은연 중에 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것은 주변의 지나친 관심이며 오해와 편견이다. 오히려 외동이 관계에 있어 가장 여유로울 수 있다. 그런 작가에게 10살 터울의 동생이 생겼으니, 작가가 처음 적은 원고의 주제가 '동생' 이였던 것 만큼 자신이 마주한 인생 일대의 사건일 수 도 있었겠다.

 "요즘은 그런 생각이 든다. 지금도 동생은 목을 가누었을 때 처럼 최초의 무언가를 하고 있지 않을까? 모든 것이 목을 가누었을 떄 처럼 어렵지 않았을까? 그런 동생에게 칭찬과 격려를 마지막으로 한게 언제였을까?"

 나도 그 나이때 서툴렀던 것들을 지금의 내 관점에서 보니 동생의 철없는 행동이나 서투른 언사에 지레 잔소리를 늘어놓게 된다. 애정이 있으니 하는 말이라고 항변을 하지만 그런 잔소리에 동생은 더욱 혼란스러워하고, 자신감을 잃고 지레 본인의 생각들을 접었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모두 성인이 되었기에, 동생이 게임할때 슬쩍 들어가 훈수를 두는 일이나, 키우는 강아지에 대한 이야기나, 동생을 놀리거나 함께하는 모든 것이 재미있다. 그렇다고 나 또한 작가처럼 이상 적이지만은 않다. 역시 '가족이니까' 라는 생각이 지배했을 땐, 서운함은 배가 되어 감정에 치우친 말들을 모두 다 뱉어버린다. 그래도 먼저, 슬며시 웃으면서 들어오거나, 말을 져주기도 하는 동생이 한편으로 고맙다.

 포켓몬 스티커 열풍이 불었던 비슷한 시기에 동생을 가진 사람으로서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던 책이다. 나도 다음에 태어나면 동생으로 언니 오빠의 사랑을 받으면서 살고 싶지만 과연 이 거저 얻은 누나라는 타이틀을 동생에게 주고 싶지 않다. 언제나 그래왔던 것 처럼 나는 동생의 누나이고, 늘 먼저 앞장서 괜찮은지 주변을 살핀 후 손을 내밀 수 있는 그런 든든한 누나이고 싶다.

 너무 귀엽고 재밌는 네컷의 만화 중간 중간 에세이가 꽤 감동적이였습니다. 각 가정마다 형태는 모두 다르지만 그 모양은 사랑의 모양이길 바라며 자매가 나란히 성장하는 기록의 에세이 추천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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