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매트만큼의 세계 - 이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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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리뷰

요가매트만큼의 세계 - 이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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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 매트 만큼의 세계 - 이아림



 "요가에는 드리쉬티라는 개념이 있다. 응시점을 뜻하는데, 동작을 취할 때 마다 바라봐야 하는 한 지점을 말한다. 우리가 드리쉬티를 놓치면 마음은 제멋대로 떠돌고 자연히 약해질 수 밖에 없다. (몸은 균형을 잃고 흔들린다.) 이것은 매트 밖 삶에도 통용되는 지혜다. 자신의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무엇에 집중 할 것인지 수시로 묻고 붙들지 않으면 우리는 자꾸 길을 잃고 인생을 낭비하게 될 것이다."

 책 보는 자세가 좋지 않았는지 작년, 책에 몰두하는 대신 전거근 통증을 얻었다. 어깨 죽지가 한 번 뻐근하면, 두통까지 올라온다. 근원적인 치료를 위해 요가학원을 등록했는데, 하루 일과 중 작은 보람과 성취를 안겨주고 있다. 처음 요가를 시작했을 땐, 미어캣처럼 두리번 두리번 주변 동작을 따라하기 바빴고, 나 혼자 앉거나 서 있었던 민망한 경험도 더러 있었다. 지금은 제법 주변을 둘러보지 않고 선생님의 말 소리 만으로도 내 호흡 따라 수련할 수 있게 되었다. 무언가 배운다는 것은 다 자란 나도, 아이같은 호기심과 새로운 에너지를 얻을 수 있어서 참 좋다. 인 헤일, 엑스 헤일 숨을 의식적으로 들이 마쉬고 내쉬기만 해도, 들뜨던 감정과 엉킨 잡념들이 차분해짐을 느낀다. 그리곤, 쉼 없이 반복되는 타다아사나~ 욷타나사나~ 차투랑가단다사나~ 아르다 읏따나 사나~ 우르드바무카사바사나(...) 사나의 공격들로, 몸과 마음은 하나가 된다. 죽어라 안되는 동작을 따라하던 옛 시절은 뒤로하고, 이제는 나만의 가동 범위 안에서 노력한다. 마지막 요가 매트에 누워 사바사나로 몸을 이완하는데 이때, 잘 쉬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선생님께서 코 끝따라 숨을 마시고 내쉬며 몸에 힘을 빼 쉬기를 권고한다. 요가가 끝나면 뻐근했던 몸이 풀리고, 생각의 무게가 줄어든다. 내년에도 경이로운 우주 속에서 나의 울림이 잔상처럼 퍼져나가길 바래본다. 나마 스떼,

 이 책은 2017년 카카오 브런치에 연재되어 제4회카카오 브런치 북 프로젝트에서 금상을 수상하고 출판된 책이다. 작가도 요가 강사나 전문가는 아니지만, 요가를 통해 본인을 이해하고, 지난 날의 자신을 되돌아 보며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에 대한 기록을 했다. 짧은 에세이 형식으로 42개의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작가와 비슷한 나잇대여서 그런지, 현 시대를 살고 있는 2030세대라면 공감할 만한 내용들이 더러 있었다. 그럼에도 끈끈히 붙어 살아야 하는 우리는 꼭 요가가 아니여도, 정처없이 흘러가는 삶 속에서 내 호흡을 의식하며 생각을 고찰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타인과의 비교, 경쟁, 현생에 치여 여유를 잃어가는 사람들에게 작은 치유가 될 만한 책이다. 🧘🏻‍♀️ 

(본문중에서)

 어린 나는 그 소리를 들으며 '호강시켜드려야지, 호강시켜드려야지' 다짐했던 것 같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서른이 되도록 해드릴 수 있는 일은 재래시장서 막통닭과 무떡을 사오는 것뿐이다. 이럴 땐 정말 한숨이 나온다.

 가느다란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늦어진 장마에 목마른 나무들은 신이 나고, 푸르르 몸을 떨며 "아고, 좋다" 꼭 그렇게 말하는 것만 같다. 습하고 더워지면 불쾌지수가 올라간다. 그러나 짙은 계절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다고 생각하면 내 삶의 색채도 거욱 선명해지는 기분이다. 그런 계절의 풍경들을 놓치지 않고 소중히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곳에서 23년을 살았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농사지어 보낸 순창 쌀로 살을 찌웠다. 연말정산 때 안 사실이지만 난 지난 1년 동안 단 한 차례도 병원에 가지 않았다. 의료비 0원 그 흔한 감기도 걸리지 않은 것이다. 이런 타고난 건강은 엄마와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의 노동으로 채워졌다. 이것은 두고두고 흔들리지 않는 내 자긍심의 뿌리다.

 나는 아메온나다. 여행을 가면 반드시 비가 내린다. 여기는 제주도, 밤사이 바다가 축축이 젖었다. 인터넷 검색으로 세시간을 헤매 찾은 숙소는 낡은 건물이지만 오션뷰다. 건물과 수평하게 좁은 길이 나 있고 그 너머가 바로 바다다. 나는 좁은 테라스에 앉아 부서지는 파도를 실컷 내다보았다. 작고 검은 제비가 비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모습도 보았다. '아슬아슬한 비행이구나.' 나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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