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챙김의 시 -류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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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리뷰

마음챙김의 시 -류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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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챙김의 시 - 류시화



 "우리 자신이 실재임에도 우리는 계속 밖에서 실재를 찾는다." 인도 성자 - 라마나 마하리시

 신종코로나바이러스19사태와 사회적거리두기 단계 격상으로 인하여 휴식을 제외하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의 책 내용 처럼 이미지에 다다르기 바빴던 지난 날을 뒤로하고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해서, 독서 이외에 내가 배우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 찾아보게 되었다. 미약하지만 이러한 발걸음은 나의 인생그래프에 있어서 중요한 변곡점이 된 듯하다. 글로 표현하는 것이라 허황되어 보일 수 있으나, 사고의 흐름처럼 말이나 글따위의 표현들을 반복함으로써 현실이 되려고 애쓰고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하지만 불현듯 자신에게 '확신'을 갖고자 반복된 집요한 물음들이 나를 괴롭게 하기도 한다. "너가 할 수 있겠어?" "그런 건 아무나 하는게 아니야" "금방 식어버릴 줄 알았어" 라고 내면에 가느다란 시선이 나를 노려보고 있는 것 같다. "인정해야하는 것일까?". "다시 당장의 안락함만 추구해야하는 것일까?" 그럴때면 잠시 머무는 것이 좋다. 그 시선 속에서 즉각 대응하지 말고, 바라본다. 호흡을 준다. 타협하지말고, 스스로에게 공감한다. "맞아 어려운 일이지", "어려우니까 반복하기 어려울 수 도 있을거야" , "더욱 대단한 사람 많은 것도 알아" 문득 올라오는 감정을 무시하지 말고, 오히려 자신에 대해 공감을 할 수록 자신의 상태를 더욱 이해하고 어떠한 일을 오래 붙들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 같다.

 이러한 호흡과 공감의 힘은 비단 소설 보다 시 속 에서 빠르게 찾는다. "시들은 훗날 다시 읽는다면 당신은 잃어버리고 지낸 어떤 것들을 떠올릴 것이다. 우리가 날마다 경험하는 두려움, 망설임, 냉소와 의심, 물질주의로부터 우리를 치유해 주는 부적 같은 힘이 시에는 있다.", "시인은 성공과 실패를 말하지 않는다. 다만 사랑하는가 사랑하지 않은가를 묻는다. 사실 그것이 전부 아닌가. '나'에 진실하기가 왜 그렇게 어려운 것일까? 그토록 단순한 일인데 말이다. 그것은 은유도 추상도 아니며, 그 밖의 모든 행위가 엇나가는 일인데도.", "시를 읽기 위해 반드시 문학 전공자일 필요는 없다. 

 

시는 오히려 그런 엘리트 주의를 배격한다. 애매모호함의 대명사처럼 오해되지만 시는 사실 더 없이 명료하게 가슴에 다가간다. 마다. 아직 반세기도 살아보지 못한 내가 종잇장 한장의 차이일지도 모르는 성공과 실패를 판가름 하려고 하는 것 같다. 오직 호흡하는 방법만 배우면 될터인데, 감정의 홍수 속에서 다시 용기를 내 깊게 내쉴 것. 다시 모든 생명과 기쁨의 숨을 들이 쉴 것, 몰입의 순간을 모아 삶을 기꺼이 내어줄 것. 그러다보면 남들과 다른 시간의 간격 속에서 삶을 살고 있을 것이라 상상해본다. 

 

 이 책은 류시화 시인이 15년 동안 모은 시인이 좋아하는 시들의 결실을 맺은 시 모음 집이다. 책을 읽어볼까 라며 마음을 다잡고 손에 든 한 권의 소설보다 시집의 한 줄의 시가 내게 더 와닿을 때가 있다. 무릇 시의 제목에 더 경탄하기도 하고 함축적인 호흡 속에서도 많은걸 내포하고 있는 것처럼 얇고 가벼운 시집이 오히려 더 두터워보이기도 한다. 류시화 시인의 책들은 모두 좋아하기도 하고 오랜만에 읽은 시집인데도 기대만큼 역시나 좋다. 

 

파블로 네루다가 '봄이 벚나무에게 하는 것을 나는 너에게 하고 싶어'라고 썻듯이

나는 이 시들로 당신을 온전히 당신의 삶에 꽃피어나게 하고 싶다. - 류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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