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트비히 볼츠만 , 엔트로피, 양자역학, 시간의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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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리뷰

루트비히 볼츠만 , 엔트로피, 양자역학, 시간의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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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사람들은 자연이 시간의 한 방향으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을 목격한다. 시간은 미래로 계속 나아가지만 과거로 돌아가지 않고 세상은 질서에서 무질서로 변해가는 과정이다.

 물은 아래로 떨어지고 잉크나 페인트같은 물질은 물 속에서 퍼지고 어떤 물질에 힘을 가하면 모든 방향으로 흩어지며 컵은 깨져 산산조각 나지만 저절로 함께 모아지지 않는다. 왜 자연은 과거로 무질서에서 질서로 돌아가지 않는 것일까?

 이는 우주의 시작과 종말 또는 시간의 본질까지도 설명할 수 있는 'entropy' 엔트로피 라는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엔트로피의 개념은 매우 혼란스러웠던 프랑스 혁명기에 탄생하였다. 1793년 루이16세가 처형을 당하고,학자 라자르카르노의 아들 사디카르노에서 출발한다. 산업혁명으로 증기기관을 이용한 산업이 발달하면서 '열이 일을 할 수 있다.' 는 것을 알게 되었고 열 역학이라는 학문이 전개되기 시작한다. 카르노는 증기기관의 효율을 분석하고 자신의 이름을 붙인 카르노 순환이라는 이론적 엔진을 구상한다. 하지만 열을 일로 전환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카르노의 정리에 영감을 받은 클라우지우스는
"HEAT WON'T FLOW FROM COLD TO HOT BODY" 열은 차가운 쪽에서 더운 쪽으로 흐르지 않는다. 열 역학 제 2초기 버전을 제시한다.

 뜨거운 물이 차가운 얼음을 만나 미지근한 물이 된다. (평형상태) 이를 거꾸로 재생하면 문제가 없어 가역적이라고 볼 수 있지만, 테이프를 감듯 되돌리면 똑같은 온도의 물에서 열을 추출해 뜨거운 물과 찬물을 나누어 만들어 낼 수 없으니 현실과 어긋난다. 결국 열은 비가역적이라고 말할 수 있게 된다. 클라우지우스는 이처럼 열이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상황을 측정하고 계산할 수 있는 개념을 만들어 '변화'를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인 '엔트로피' 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러한 클라우지우스의 앤트로피의 개념을 통계적 해석에 연결한 사람이 바로, 볼츠만이다. 물리학에서 아인슈타인 버금 가는 학자로 손꼽힐 만큼 볼츠만의 주장은 당시 충격적이였는데 물질이 매우 작은 입자들인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볼츠만이 살았던 시대의 학자들 대다수는 원자론에 회의를 가지고 있었고 따라서 볼츠만의 엔트로피 해석은 천대받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브라운 운동이라 불렸던 꽃가루의 움직임을 아인슈타인이 원자론적으로 해석하는데 성공하며 전환점을 맞는다. 아인슈타인이 브라운 운동에 관한 논문을 상세하게 내놓은 것은 1908년이었지만 볼츠만은 이보다 2년전인 1906년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코페르니쿠스의 눈은 지는 해를 보고 지구가 돈다는 것을 알아냈다. 볼츠만의 눈은 가만히 있는 물컵을 관찰하려다가 원자와 분자가 격력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포착해냈다. 우주에서 물체는 고요하고 평온하지만, 우리 지구에서는 생존하는 생명체의 수보다 훨씬 더 많은 분자들로 인해 요란하게 움직이는 모습, 즉 분자의 존재를 열 역학을 통해 알아낸 것이다.

 이 분자들의 동요는 모든 것을 움직이게 한다. 일부 분자들이 멈춰있는 상태라도, 다른 분자들의 격렬한 움직임에 의해 요동이 일어나고, 이 분자들의 요동은 확장되면서 서로 충돌하고 밀어낸다. 그래서 차가운 물체가 뜨거운 물체와 접촉하면 가열되는 것이다. 멈춰있던 차가운 물체의 분자들이 요동치는 뜨거운 물체와 부딪히면서 움직이기 시작해 열이 오른다. 이러한 자연의 무질서가 증가한다는 것은 엔트로피가 증가한다는 것으로 언제 어디서 친숙하게 일어나고 있는 현상들이다.

 가령 시간이라는 화살은 과거에서 미래로 확장하는 세계에 접목해보아도, '자연스럽게 무질서해져서 특수하거나 특별한 상황이 점점 사라지는 것' 이라고 말할 수 있다. 언제나 우주라는 또는 시간이라는 거대한 카드뭉치는 정리된 상태에서 다시 뒤섞여졌다. '질서에서 무질서로 이동하는 것'

 결국 과거와 미래의 차이는 세상을 보는 우리 자신의 희미한 시각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시간의 흐름으로 특징짓는 모든 현상은 이 세상 과거에서 '특정한' 상태로 환원되며, 그 '특징성'은 우리의 희미한 시각에서 기안한다는 점 _

 

 <가령 여러개의 낱말 카드를 놓고, 우리가 더 빠르게 낱말 카드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은 모국어라는 자신이 가장 익숙한 낱말 카드를 선택해야 하는 일이다. 내가 특별하다고 느끼지 못한면, 우리는 희미하기에 엔트로피 즉 무질서의 강도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139억년 전 빅뱅 때 우주는 낮은 엔트로피 (무질서) 로서 뜨겁고 밀도가 높았으며 매끄러웠고 빠르게 팽창했다. 밀도는 아주 높아 입자 사이에 중력과 물질이 서로 뭉쳐 원시별, 원시은하, 블랙홀이 생성됐다. 만약 엔트로피가 아주 높아 우주 평형 상태에 이른다면? 밀도는 낮고 별은 소명했으며 블랙홀이 사라져 모든 방향으로 빈공간이 되었을 것이다. 다행히 초기 우주가 질서로웠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엔트로피가 높아져 열 역학적 사망에 이르게 될 지는 몰라도 말이다. 

 

 기체 분자 운동론을 넘어서 광자, 음자, 스핀과 같은 양자 역학적으로 생각되는 뉴턴의 입자까지 변수의 영향을 받는 이론의 최종적인 상태를 예측할 수 있는 엔트로피 이론 (오늘 날의 날씨예보까지 손이 안닿은 곳이 없다.) 

 

 스물여섯의 젊은 나이에 대학교수가 되어 최고 전성기에는 궁정에서 황제까지 영접했으나 반대론자의 혹독한 비판을 당하고 스스로 목을 매달아 생을 마감한 볼츠만, 그는 이탈리아 트리에스테 부근의 두이노에서 세상과 이별을 고했고 몇년 후 릴케는 이곳 두이노에서 <비가>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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