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를 좋아하세요. - 프랑수아즈 사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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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리뷰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 프랑수아즈 사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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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를 좋아하세요... -프랑수아즈 사강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자기 자신 이외의 것 자기 생활 너머의 것을 좋아할 여유를 그녀는 여전히 갖고 있기는 할까? 물론 그녀는 스탕달을 좋아한다고 말하곤 했고 실제로 자신이 그를 좋아한다고 여겼다. 그것을 그저 하는 말이었고 그녀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어쩌면 그녀는 로제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한다고 여기는 것 뿐인지도 몰랐다."

 이 책의 등장인물은 폴, 로제, 시몽이란 인물 세명이 등장한다. 가끔, 시몽의 어머니 반 데시 부인과 로제의 애인이 나오지만 소설에 큰 비중을 차지 하지 않는다. 세명의 인물 간의 심리 묘사가 이 책의 전부다. 하지만 이 삼각관계에서 주어지는 메세지는 보통의 연애 이야기와는 다른 점이 있다.

 실내 장식가인 서른아홉의 폴은 오랫동안 함께 지내온 연인 로제에게 익숙해져있다. 다시는 누구도 사랑할 수 없이, 로제만이 자신의 마지막 사랑임을 직감한다. 하지만 '책임 없는 자유로움'만을 추구하는 로제는 마음 내킬때만 폴을 만나고, 늘 일을 핑계 삼아 젊고 아름다운 다른 여자로부터 숱한 하룻밤을 보낸다. 로제를 향한 일방적인 사랑이 커질 수록 그녀의 외로움 또한 커져간다.
<폴: 여성(연인), 로제: 남성(연인)>

 어느 날 일을 의뢰한 미국인 부인 집에서, 그녀는 몽상가 같은 신비로운 분위기의 남자 시몽과 만나게 된다. 빼어난 미모를 가지고 있는 시몽은 첫 눈에 폴에게 반하게 된다. 처음엔 한 순간에 지나가는 감정이라며 그를 밀어내지만, 그녀의 외로움이 커질 수록, 그녀가 로제에게 얻지 못하는 사랑을 받게 될 수록 그녀는 더욱 더 혼란스러워진다. 
<시몽: 청년>

 어느 날 시몽은 우당 근처 여관에서 로제가 어떤 여자와 함께 있는 것을 목격한다. 자신이 사랑하는 폴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상처받을까 그는 홀로 괴로워한다. 더욱이 폴에 대한 사랑은 깊어지고, 자신 보다 무려 14살이나 어린 잘생긴 남자의 고백에 폴은 신선한 호기심을 느끼고 죄책감 속에 혼란스러워 한다. 이것을 모르는 로제는 어차피 주말이 지나 폴의 집 문을 열면 사랑스러운 미소를 짓고 언제나 모든 것을 이해해주는 폴을 생각하며 안심한다. 이 후 세사람은 디너 파티에서 조우하게 되고 서로가 서로에게 깊어지는 감정으로 인한 줄다리기가 계속 된다. (스포 생략)

 "당신은 로제를 사랑하지만 지금 혼자 있습니다. 당신은 일요일마다 혼자 있겠지요. 당신은 혼자 저녁 식사를 하고, 아마도... 종종 혼자 잠들겠지요. 하지만 저라면 당신 곁에서 잠들 겁니다. 밤새도록 당신을 품에 안고, 당신이 자고 있는 동안 당신에게 입 맞출 겁니다. 저라면 그 이상으로도 사랑할 수 있어요. 그런데 그 사람은 더 이상 그렇지 않죠 당신도 알겠지만..."

 책을 읽기 전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제목에 대해 무슨 의미인가가 가장 궁금했다. 작가는 제목을 두고 청유의 표현인 문장부호 물음표가 아닌 점 세개로 이루어진 말 줄임표로 끝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소설 속 청년 시몽은 폴에게 "브람스를 좋아하나요?" 라고 묻는다. 별 뜻 없어 보이는 이 질문에 폴은 스스로 "내가 브람스를 좋아하던가?" 라고 자신에게 되뇌인다. 잊고 있었던 물음과 그의 대한 생각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마치 관성에 젖은 폴의 언 땅과도 같은 삶에 시몽이 무거운 돌 덩어리를 던진 것 처럼 말이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한 것을 잊지 말자 라는 유명한 말이 떠오른다. 나는 익숙함에 속는 쪽이 였던가, 아니면 그저 후회만 남기는 소중한 쪽이였던가 오랜 연인을 두고 갑작스런 청년의 호의에 넘어가는 폴을 비난을 하고 싶지만 웬걸, 그의 연인 로제는 당장 헤어져도 이상할 것 없는 사람이였다. 그는 폴을 잘못된 방식으로 사랑하고 있었고 사랑이라고 포장된 죄는 관성, 익숙함, 덧없음으로 그녀를 속이고 기만하고 있었다. 그녀에게 나타난 시몽의 맹렬한 애정 공세에 "내가 브람스를 좋아했던가?" 라는 자신의 물음에 큰 기폭제가 되었던 것 같다. 마치 브람스를 좋아해야 합니다. 라고 말하는 것 처럼 말이다. 느낄 수 없었던 새로움, 설렘, 애정에 그녀는 청년 시몽을 져버릴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시몽을 만날 수 록 그녀는 이전의 관성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되고 새로움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다. 프랑스 소설가, 극작가, 시나리오 작가인 그녀의 이름은 프랑스 쿠아레이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사강의 필명은 마르셀 푸르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 속 등장인물인 사강의 이름을 따왔다. 그녀는 술, 담배, 스피드왕, 도박, 약물중독, 스캔들, 이혼, 탈세와 같은 부정적이고 숱한 풍문의 아이콘으로 '프랑스 문학의 작은악마' 라고도 불리운다. 그녀가 남긴 말 중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나는 나 자신을 파괴할 권리가 있다.' 라는 말처럼, 그녀의 인생관이 문학 속 작품에 녹여 있으리라 생각된다. 

 

 작가의 연보를 읽고 나선 그녀의 작품이 더욱 궁금해졌다. 18세 요트 사고 후 침대에서 쓴 '슬픔이여 안녕' (이 책은 500만부가 팔리고 문학 비평가 상을 받았다.) 수술할 수 없는 암 선고를 받은 후 쓴 '지나가는 슬픔' 사강의 작품 중 가장 우수하다고 표현된 '흐트러진 침대' 또한 내년에 읽고 싶은 책 장바구니에 담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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