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 페소아를 만나다. - 김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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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리뷰

새벽 2시 페소아를 만나다. - 김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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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시 페소아를 만나다. (나를 묻는 밤의 독서) - 김운하



 한자어로 불안이라고 번역된 포르투갈어의 불안이라는 말은 라틴어의 'angustiae' 와 독일어 'enge'에서 유래된 말이다. 두 단어 모두 원래는 '좁다' 혹은 '좁은 장소'를 뜻했다. 갑자기 가던 길이 좁아지면 막연한 심리적 두려움이 발생한다. 이처럼 '불안'은 위험에 대한 반응이며 장차 일어날 것 같은 위험이나 고통에 대한 막연한 예감, 그리고 그에 수반하는 생리적 반응을 총칭하는 것이다.

 문학비평가이자 소설가인 김운하 작가 전작 카프카의 서재, 릴케의 침묵에 이어 이번엔 현대를 사는 누구나 많이 고민하고 있는 문제인 '나'라는 자아와 삶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11개의 챕터로 14권의 소설 속 주인공들과 사연이 등장한다.

 페르난두 페소아를 나침반으로 스콧피츠제럴드, 서머싯몸, 도스토옙스키, 밀란쿤데라, 피터비에리, 빅토르 프랑클, 버지니아울프 등 여러 대 작가의 작품 속 주인공을 시점으로 치열한 삶의 투쟁을 성찰하고 있다. 자의식에 대한 작가의 물음과 유쾌하지만 허를 찌르는 문장들로 하여금 책을 덮지 못하고 밤을 지새울 수 밖에 없는 책이였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전적으로 부족하다. 24시간이 온전히 내것이 아니며 어딘가 예속되어 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가없다. 또한, '너나 나나 다를 것 없어' 라며 개인을 죽이기도 하고, 서로 다른 삶의 방식들을 무시하며 필요성이 없으면 주석 따위 조차 달아주지 않는다. 사회가 너무 피로한 나머지 기계론적 설명방식이 주는 안락함에서 벗어나기 힘든 탓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작가의 설명이 들어간 14권의 소설 속 다양한 주인공을 만나니 나에 대한, 나에 의한 내 문제가 서서히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경험을 했다. 생의 의미를 추구하려고만 하는 우리는 인간이라는 직업병에 걸린 것일까, 흔들리는 초처럼 아니면 어둠 속의 그림자처럼 자기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다가 결국 생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무의미한 존재로 부유하다 사라지고 마는 것은 아닐까, 역시 인간이기 때문에 실존하지 않는 생의 의미를 부단히 찾으려고 하고 그 안에서 수 없이 쓰러지고 흔들리는 것 같다.

 태어나서 고생하다 죽는다. 엄청난 삶의 요약이다. 그럼에도 저 고생하다 라는 말 속에 우리가 해야할 일들이 있다. 마치 먼 과거에서 심어진 지령처럼 말이다. 삶을 바라보는 태도,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역시나 자아에게 영혼을 불어 넣을 수 있는 일을 찾고, 함께 이해할 수 있는 영혼(존재론적 사랑)을 만나는 일, 죽을 때 까지 이 시시포스 바위와 같은 삶의 무게를 져버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살아간다면, 아니 오히려 더 많이 넘어져 더 많은 행복감 또는 성취감을 느낀다면 무엇이 더 나은 삶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지만 조금 더 '자기인식' '자아실현' 에 가까운 만족하는 삶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작가는 예술적 작품은 극단적으로 사후적인 효과로 얻어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것마저도 사실 독자가 창조하는 것이라고, 각자가 느끼는 소설 속 인물들의 매력이 다르듯이 14편의 소설 속에 작가가 창조한 14편의 삶을 상상해 볼 수 있었다. 하나의 취미가 되어버린 독서 역시나, 읽고 내 생각을 적어나가는 습관을 멈추지 말아야겠다.

+ 늘 친구들이랑 장난치길 좋아하는 응원단장, 오락부장이였는데사회문화시간엔 졸아본 적 없고, 윤리 시간엔 가진 점수 중에 늘 가장 좋은 점수를 얻곤 했다. 그래서인지 소설이지만 주인공이 처해진 환경과 그것을 통한 철학적 사유가 어우러진 인문학적 성찰을 담은 책을 좋아한다. 만여권이라는 책을 읽으신 김운하 작가님의 고찰이 더해지니 좋은 문장들로 책을 덮기 너무 아쉬웠다 결국 취향저격책이며, 추천드린다는 추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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