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인칭 단수 - 무라카미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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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리뷰

일인칭 단수 - 무라카미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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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인칭 단수 - 무라카미 하루키



 "기억이란 때때로 내게 가장 귀중한 감정적 자산 중 하나가 되었고, 살아가기 위한 실마리가 되기도 했다."

 <고양이를 버리다> 라는 에세이에 이어서 올해 두번째 접하는 하루키의 책이다. 문학동네에서 21년도 다이어리도 덤으로 받았으니, 책과 함께 기다리는 보람이 있었다. 제목 그대로 나라는 단수와 1인칭의 시점으로 (돌베게에, 크림, 찰리파커, 플레이즈 보사노바, 위드 더 비틀스, 야쿠르트 스왈로즈 시집, 사육제, 시나가와 원숭이의 고백) 8가지 이야기가 전개된다.

 소설같기도 하고 에세이같기도 한 이 책은 역시 명필가 답게 앉은자리에서 끝맺음을 맺었다. 하루키작가 글이라 그런지, 아니면 여성, 남성 아니 모든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자신만의 판타지가 있는 것인지 묘령의 여인들이 자주 등장한다던가 (결국 사람에 대한 관심인것일까) 여자에 대한 소년적 판타지가 자리하고 있는 부분들에선 웬지 모르게 큰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저 무미건조한 남녀 이야기, 자신의 회고담, 엉뚱한 야구, 음악들로 비춰진다. 2-3가지의 일화 말곤 조금 실망한 감이 없지 않다. 그래도 기억의 단초들이 하루키 작가에게 감정적 자산 중 하나이며 살아가기 위한 실마리라고 이야기 했다. 나 또한 감정적 토로를 글로 쓰고 싶더라도, 하루키의 반의 반도 안되는 문체와 경험담들은 아무도 들어주지 못할 시시 콜콜한 이야기들이겠지 라고 단언하며 생각을 마무리 했다. 

 책 중에서 위드 더 비틀스, 시나가라 원숭이의 고백이 제일 인상 깊었다. 위드 더 비틀스에선, 어떻게든 그 시간, 그 때, 그 공간에서 만날 사람은 꼭 만난다는 생각이 언뜻 들기도 했다. 망각이 주는 위안도 있지만 기억의 선 중 찰나의 만남이더라도  나에게 조금 더 연하지만 가늘고 길게 남아있는 선이 있을 줄로 안다. 시나가라 원숭이 편에서는  쇠락해 보이는 온천에서 생각지도 못할 장면에 원숭이가 등장이다. 글의 후반부에는 편집자인 그녀를 통해 어딘가 시나가라의 말하는 원숭이가 쾌쾌한 온천 다락방에서 살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까지 하게 만드니 선명하게도 이미지가 떠올려지는 하루키의 간결한 문체는 인정할 만 하다 ;)

 "우리 인생에는 가끔 그런 일이 일어나 설명이 안되고 이치에도 맞지 않는, 그렇지만 마음만은 지독히 흐트러지는 사건이 그런 때는 아무 생각 말고, 고민도 하지 말고 그저 눈을 감고 지나가게 두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커다란 파도 밑을 빠져나갈 때 처럼"

 "그렇다 인생은 이기는 때보다 지는 때가 더 많다. 그리고 인생의 진정한 지혜는 '어떻게 상대를 이기는가'가 아니라 오히려 '어떻게 잘 지는가' 하는데서 나온다."

 하루키는 일인칭 단수의 세계를 곧 홑눈이라고 표현했고 그 단면이 많아지면 질수록 서로 얽힌 겹눈이 된다고 말한다. 코로나로 인해 모든 일상이 정지한 것처럼 느껴지는 요즘에, 그래도 나아질거라는 희망을 가지며 남은 12월 올해의 기억을 더듬어 무언가는 실마리로 남겨두고 무언가는 그저 파도 밑을 빠져나갈 떄처럼 지나가도록 두어야겠다.

 하루키작가의 <여자 없는 남자들> 이후 6년 만의 신작 소설집이라 책 계정에 자주 눈에 띄는 책인 것 같아요. 혹여 읽으신 분들은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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