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 박준
2017년 초판 발행되어 2020년 현재 25쇄까지 꾸준히 인기를 받은 책이다. 총 4부로 63편의 글이 적혀있지만, 아무 페이지를 넘겨도 이야기의 편린들이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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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끝 물, 엄마와 함께 간 비화림이라는 독립서점에서 구입한 책이다. 제목이 참, 마음에 끌렸다. 문학 작품들은 리뷰를 찾아보기도 하지만, 이런 산문집은 백이면 백 제목이 먼저 눈에 띄인다. 눈과 손 마음의 협응으로 무심결 손에 들려 내 방까지 편안히 안착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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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제목처럼 "그래, 운다고 해결될 일이라면 벌써 해결이 됐겠지" 라며 눈물을 닦아내도 사람인지라 평생 챗바퀴처럼 그간 자신의 행적을 후회하고 자책한다. 그러나 과거의 총체가 현재이고, 과거의 나도 지금의 나이기에, 돌아가봤자 인터스텔라의 한 장면처럼 똑같이 변하지 않는 행동을 하는 나를 바라보며 그저 넋 놓고 있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헛헛한 마음을 대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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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이처럼 "야 운다고 뭐가 해결돼?" "눈물 그치고 현실을 직시해" 라고 독자들을 다그치는 것이 아니라, 해결될 일은 없겠지만, "우리 같이 울고, 울고나면 조금은 덜 창피해질거야." 라고 위로를 건낸다. 나 또한 당시엔 마음이 무척이나 괴롭다가도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울고나면 친구의 적나라한 화법, 애정의 악다구니, 비속어 몇 번 오고가면 금방 자연스럽게 마음이 진정된다. (나와 친구와의 유대는 솔직함에 있어서 지키지 못할 위로의 약속이나 위로는 하지 않는 편이다.) (말 뿐인 위로 오히려 그게 더 미안하고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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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고아가 되고 있거나 이미 고아입니다.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그래도 같이 울면 덜 창피하고 조금 힘이 되고 그러겠습니다." 라는 문장으로 우리를 달랜다. 동일한 대상을 바라보는데, 어쩌면 시인들은 이런 통찰을 통해 우리에게 대상에 대해 바라보는 감상의 즐거움을 더해주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그 즐거움이 무척 고독하고 구구절절하지만 말이다. 가끔은 시인들의 눈과 마음을 빌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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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대한 소개를 많이 못했는데, 인생 누구나 겪을 법한 관계, 사랑, 여행 음식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작가의 삶에 대해 짧게나마 엿볼 수 있는 산문집이며 다소 우울하고 부정적인 분위기 글 속에서도 심심하고 덤덤한 위로를 건내고 있으니, 같이 울고 또 울고나면 덜 창피하고 이런 사연이 있어야 인생이 더 맛깔나는 거 아니겠냐며 힘이 되어주고 싶은 친구에게 건내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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