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관없는 거 아닌가? - 장 기하
책을 잘 못읽지만,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가수 장기하가 산문 집을 발표했다. 친필 사인본에, 노트까지 합한 구성이라 더욱 마음에 들었고, 최근 들어 눌렸던 중압감 비슷한 스트레스가 터져 마음이 꽤 괴로운 때에 고른 책들이 신기하게도 에세이 형식의 산문집들이였다. 문학 책을 읽고도 "해야만 해" 라는 무언의 압박감이 있던 것이였는지 조용히 개인의 생각, 언어에 집중할 수 있는 책들을 고르게 되었다. 또한 특유의 감성 때문인지, 제목 그대로 "뭐. 상관 없는거 아닌가?" 라며 좌회전, 우회전, 유턴 자유자재로 통통 튀는 생각들 덕분에 유쾌하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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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변 인들에게 민폐가 되지 않는 선에서 자신만의 색, 명암이 뚜렷한 사람들의 (생각) 철학이 좋다. 인간이 영혼을 잘 가꾸는 것은 지혜(sophia)를 사랑(philos)하는 것이며 그것이 곧 철학(philosophia)하는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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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진 자신의 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삶 속에 철학을 찾고 철학적 사유를 하는 것. 현실을 저버린 철학은 무미건조한 사상누각일 뿐이다. '헤겔'은 철학이 각 시대에 있어 사상을 파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철학은 본질적인 문제를 추구하고 보다 나은 사유를 추구하기 때문에 이미 얻은 해답에 만족할 수 없고 완전성을
얻을 수 없다. 그러니 시대에 따른 철학도 변모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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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집에 대한 혹자들의 다양한 평이 있지만, 마치 같이 거닐거나 커피를 마시면서 얘기할 수 있는 시시껄렁한 생각들, 마음을 정리해 쓰인 이 글들이 감사했다.(내가 언제 장기하님과 대화를 해볼 수 있었을까...) 진정한 낙관 주의는 모든 준비를 마친 후 "상관 없는 거 아닌가?" 라고 내 자신을 안심 시키는 것이 아닐까? 무던히 애쓰는 삶이 아닌, 곡조에 맞춰 바람을 따라 가볍게 춤을 출 수 있는 삶, 그리고 나서 하늘을 바라보며 "상관 없는거 아닌가?" 이래도, 저래도 후회없이 노력했다 말하며 여정의 즐거움을 아는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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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하 노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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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이 내길인 줄 아는게 아니라
그냥 길이 그냥 거기 있으니까 가는거야
원래부터 내 길이 있는게 아니라
가다보면 어찌 어찌 내 길이 되는거야
- 그건 니 생각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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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깜짝 놀랄만한 얘기를 들려주마
아마 절대로 기쁘게 듣지는 못할거다
뭐냐 하면
나는 별일 없이 산다 뭐 별다른 걱정없다.
나는 별일 없이 산다 이렇다 할 고민없다.
- 별일 없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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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느리게 걷자 / 걷자 걷자
그렇게 빨리 가다가는 / 죽을만큼 뛰다가는
이 사뿐히 지나 가는
예쁜 고양이 한마리도 못보겠네
-느리게 걷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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