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만한 인간 - 박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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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리뷰

쓸만한 인간 - 박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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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 만한 인간 - 박정민



 가을의 문턱에서 골라든 배우 박정민 님의 산문집을 읽었다. 그의 이야기를 읽고 있자니 헛 웃음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온다. 그를 직접 알지는 못하지만, 방송이나 개인 활동으로 볼 수 있었던 그의 이미지는 방정맞기도, 솔직하기도, 진중하기도, 유쾌하기도 한 모습이다. 그런 모습들이 내겐 꽤 매력있는 사람으로 다가왔다. 그의 이력이나, 글 속에서도 그의 모습들이 녹아있다.

 그는 충남 공주 한일고를 나와 고려대를 다니다가 자퇴하고 한예종에 들어갔다 영화감독이 하고 싶어 영화과에 들어갔는데 배우를 하겠다고 연기과를 졸업했다. 또한 최근에 보았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라는 영화에서 나는 이정재도 황정민도 그 귀여운 꼬마 아역도 아닌, 박정민이란 배우가 가장 뇌리에 스쳤다. 트렌스젠더 역할의 그는 정말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연기를 보여주었고, 아직도 태국 경찰이 "너 저기 들어가면 인기가 아주 좋을거야" 라고 하는 대사와 상황이 너무 너무 웃긴다.

 2013년의 글부터, 글을 쓰게 된 시점까지의 글을 주욱 갈무리 한 산문집인데, 그는 마치 나의 이야기 같고 너의 이야기 같은 아주 사적인 글들까지 쏟아낸다. 배우라면 이미지를 위해 자신의 치부로 비칠 수 있는 과거는 숨기고 싶을 수 있는데, 그는 자신을 드러내는데 당당한 것 같다. 그의 모습에 나도 조금은 긴장을 풀고 솔직하게 살아가도 좋을 것 같다는 위로를 받았다. 그렇지만, 그는 배우라는 이름과 직업 앞에서는 한 없이 진중한 모습이다. 시나리오가 들어오면 그 역할에 발자취를 밟아보며 그의 연기에 대한 노력을 절대 헛으로 하지 않는 모습도 글에 비춰진다.

 글의 말미엔 자신의 글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까 두렵다고 적었다. 그래서 개정판에서 어떤 문장이나 단어는 지우거나 고쳤다고 설명했다. 그의 글이 현재까지 어떠한 논란이 된건 아니지만, 그의 말의 말미가 공감이 된다.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매일은 아니지만, 일기 또는 스케쥴따위 같은 것을 적는 습관이 있다.

 그저 붙잡지 못하는 하루를 후회하거나 나의 감정을 표현할 데 없어 쓰레기통이라고 불리우며 글밥을 묻어 놓는 곳이다. 나만 볼 수 있는 사소한 일기장도 내 감정 하나 솔직하게 털어 놓지 못하는데, 혹시나 자신이 미처 닿지 못한 생각, 글들에 상대방의 손에 작은 가시가 박힌 듯 상처를 입는다면 '혹시' 라는 불안감이 생길 수 있을 것 같기도하다. 실제로 그는 다른 책을 써보지 않겠다는 출판사의 제의도 거절한다. 몇 번이나 그의 글을 읽고 피식한 나로선 일말의 아쉬움 감정이 들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책을 보통 사람들이 살 법한 인생을 보통 사람들도 쓸 법한 문장으로 적은 종이 뭉치라고 표현했다. 그의 겸손함과 재치, 자기 비하 속에 묻은 유쾌함과 찌질함. 그것을 모두 응축해 놓은 인간 박정민의 산문집 가볍고 재밌게 읽은 책이다. 그의 소망대로 모두 덜 불행했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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