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클의 소년들 - 콜슨화이트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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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리뷰

니클의 소년들 - 콜슨화이트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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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클의 소년들 - 콜슨화이트헤드



"모두 너 같지 않아 법을 바꿀 수는 있지만, 사람들이 서로를 대하는 태도를 바꿀 수 없다. 사악함의 뿌리는 단순히 피부색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이들이 이런 곳에 오게 만든 그 모든 부모들, 사람들이 문제였다."

연초에 구입한 '니클의 소년들' 요즘 시작하고 있는 공부 때문에, 책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들이 부족해졌다. 그래도 읽고 쓰는 행위는 새로운 충전을 가져다준다. 틈이 나는대로, 읽고 쓰는 것에도 최선을 다해야겠다.

반성을 뒤로하고, '니클의 소년들' 이란 책은 실제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일어난 도지어 학교 사건에서 영감을 받아 쓴 책이다. 1900년 개교한 감화원에선 수십 년 동안 소년들을 대상으로 육체적 - 성적 학대가 이어졌지만, 학교의 은폐로 시체가 발견되기 전까지 아무도 진실을 알지 못했다.

"그 녀석들은 죽어서도 골칫덩이였다."

 이 소설의 첫 문장과 실제 사건을 대입했을 때, 인종차별과 감화원의 은폐, 청탁, 폭행 그리고 살인까지 온갖 무자비한 만행들이 아이들에게 이루어졌을 것이라는 불안한 추측을 하며 책을 읽어나갔다.

 주인공인 '엘우드'는 흑인 소년이였다. 그의 부모는 엘우드를 두고 떠났고, 할머니 '해리엇'과 살고 있다. 할머니가 일하는 리치먼드 호텔에서 저 문 밖에 종 소리가 들리면, 유색인종이 당당히 현관을 딛고 손님으로 올 것이라는 상상을 하며, 옳고 곧은 성품과 배움에 열정이 있는 그는 학교 선생님이 소개해준 대학으로 청강을 들으러 가던 날, 자동차 절도범으로 몰렸다. 공짜 차를 얻어 탄 것인데, 그 당시 흑인이라는 이유 만으로 절도범으로 몰린 그는 '니클 아카데미' 라는 청소년 감화원에 들어간다.

"여기는 행실에 따라 너희를 네 단계로 나눈다. 유충부터 시작해서 탐험가, 개척자를 거쳐 마침내 에이스에 이르는 것이다. 올바른 행동으로 점수를 얻으면 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갈 수 있다."

 니클 아카데미에서도 엘우드의 순진한 믿음은 계속됐다. 행실만 바르게 한다면 곧 나가서 다시 공부를 시작하고 할머니를 만나게 되리라고, 니클은 그런 엘우드의 믿음을 잔혹하게 배신한다. 모욕과 폭력은 일상이였고 특히 교정이라는 이름 아래 블랙뷰티를 동원해서 진행되는 화이트하우스에서의 구타의 종착지는 종종 부트힐, 비밀 묘지로 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아무것도 모른 채 니클에서 얼마 지나지 않아 엘우드는 화장실에서 그리프 삼총사의 학대에 시달리는 소년을 위해 나섰다가 미친개 소리를 듣는 학생 주임 '스펜서'에게 호되게 매질을 당한다. 살갗이 찢어지는 매질을 견디지 못한 엘우드는 기절하고 만다.

"니클의 관리인들은 아이들이 잘못할 때마다 건물 뒤편 작업장으로 끌고 갔다. 거대한 산업용 환풍기가 돌아가 아이들의 비명과 채찍 소리를 감췄다."

 한편 클리블랜드 캠퍼스의 깡패 그리프는 백인 캠퍼스를 상대로 한 권투시합에 나설 대항마로 흑인 소년들의 우상으로 부상한다. 니클의 권투 시합은 지역사회에서도 초미의 관심사로 흑인 소년들에게 유일하게 허용된 인종 대결의 장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에 그리프란 녀석이 악행을 저질렀어도 모두 단결하여 그리프를 응원했다. 바로 여기에 스펜서가 개입해서 승부조작에 나선다. 적당히 하고서 져주라는 주문을 걸었던 것이다.

 니클의 상황에 절망한 엘우드는 그동안 기록한 것들을 기습감사에 나선 감사원들에게 진실을 알리기 위해 그동안 자신이 치밀하게 준비한 자료를 넘긴다는 계획이였다. 계획이 너무 위험해서 절친 터너가 말린다. 백인들의 선의에 기대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소년은 몰랐던 것일까? 그걸 알면서도 자신의 양심과 갈등하는 장면을 뒤로 하고 결말에 다다르게 된다. (후반부 스포일러 없습니다.)

"그들은 평범한 삶이라는 소박한 즐거움조차 누릴 기회가 없었다. 경주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불구가 되어 절룩거리는, 정상이 되는 방법을 끝내 알아내지 못했다."

 과거 과학 포스터에서 그렸을 법한 일들이 오늘 날 우리의 일상에 깊숙히 자리잡고 있다. 과학의 발전은 현재도, 앞으로도 무한히 뒤를 돌아보지 않고 인류의 꿈을 향해 달려갈 것이다. 하지만 인류의 꿈은 무엇일까? 무엇을 위해 이토록 앞만 보고 서로가 앞다투어 달려야만 하는 것일까? 과거를 통해 현재를 본다면, 지금도 유색 인종에 대한 차별은 사람의 생각 깊은 언저리에 짙게 깔려있으며, 인종차별 뿐만 아니라 우리는 늘 누군가를 밟고 일어서야 하는 경쟁 속에서 살아간다. '아이들은 그저 고통에 견디는 능력으로 버티어 간다.' 고통의 감각을 모르는 때가 정말 무서운 것이 아닐까? 지금은 인류에게 서로를 보듬을 수 있는 시기의 마지막 열차를 놓쳐버린 것은 아닐지 안타까운 사건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고 또 수면 아래로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

 니클의 소년들을 보면서 '어른'들의 모습을 바라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도 유년 시절이 있었을텐데, 인종차별을 당연하게 답습하며 '나와 다르다고' 생각하는 우월감에 빠져 또 다른 희생자를 만든는 구조에 대해 분노한다. 늘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가는 없는 이상한 시나리오가 현재에도 만연하게 존재한다. 맞은 자는 흉터로 기억하지만 때린 자는 남은게 없어 기억을 못하는 것일까?

 책에서는 인종 차별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차별과 불평등에 관한 이야기는 수도 없이 쓰여졌다. 또한 현재까지도, 차별과 불평등으로 이루어지는 행태에 나 또한, '노력' 이라는 폭력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통감하고 있다. 시작부터 다리가 부러진 채 달려야 하는이들, 하지만 더 끔찍한 건 시작 전에 다리를 분질러 버리는 자들이 있다. 이러한 이야기가 계속 쓰여져야 하는 것은 끝이 나지 않을 이야기 이기때문이다. 나도 삶을 전투적으로 살아냄으로써 다음 세대에서 자라날 아이들에게 시시콜콜하고 상투적인 말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또한 이러한 시대적 비극을 다시 재현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책을 읽으면서, 퓰리쳐상 100년 역사상 이례적인 두번의 수상 이라고 적혀있었는데, 책의 시점과 상황을 이해하려면 두번 정도는 읽어내야 하는 책 같았습니다. 문체가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중반 부부터 사건의 개연성과 엘우드의 시점에 흡입력 있게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책을 보셨다면, 함께 나눠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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