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셉진 리뷰 - 여유 / conceptzine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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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셉진 리뷰 - 여유 / conceptzine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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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ceptzine/87 - '여유'



이번 달 날아온 주제는 '여유'다. 여유는 정신적 넉넉함이라고 한다.

내 마음에 조바심 없이 안정으로 충만했을 때는 언제였던가 떠올려보았다. 그것 또한 행복의 감정처럼, 잠시 스치는 시점으로 기억된다. 마음이 불안으로 들끓지 않고, 충분히 감정적으로 풍요로운 상태를 지닌게 여유로운 한 때를 보냈다라고 설명될 수 있을까? 찰리채플린의 말이 생각난다. "왜 굳이 의미를 찾으려 하는가? 인생은 욕망이지,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모든 상황에서 의미를 찾으려고 하는 것이 순간을 만끽하지 못하고 삶이라는 행운을 놓치고 있지 않은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우습게도 사람은 아직 다가지오지도 않을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싫어하기 때문에 무엇이든 내가 예측 가능한 범위가 되도록 규정 짓기를 좋아한다. 그럴 수록 스스로 자신이 만들어 놓은 규정 하에 목을 옭아메인다. 발버둥 칠 수록 더 목이 옭아질 뿐이다.

물론 삶의 주기처럼 주어진 때에 열심을 다해서 몰입을 해야할 필요성을 간과하는 것은 아니다. 그 속도 조절이 반대가 됐을 때는 낭패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생은 한번 뿐 이라는 것이다. 한번 뿐인 인생 속에서, 산다는 자체를 행복으로 알고 강한 마음을 계속 다듬으며 사는 것.

물론 늘 쿠크다스 심장과 아직도 완치되지 못한 것 같은 중2병 히스테리를 가끔 달고 사는 것 같지만 자신이 유약한 존재임을 인정하고, 스스로 깨지지 않게 보듬에 나가는 것 또한 자신이 가진 하나의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모두 '여유'의 힘을 무시하지 말고, 일과 쉼을 극단적으로 규정 지으려고 하기 보다는 전체 적인 맥락에서 자신만을 위한 휴식을 찾을 수 있는 '여유로운 마음 가짐'을 갖길 바란다.



썰물이 빠져나갔더라도 바다에는 여전히 모래들이 남아 반짝거리듯 p.28

한바퀴 더 달릴 수 있을 것 같을 때 멈추기. 물론 말처럼 쉽진 않다. 주변에서는 더 달려야 성장한다고 조언했을 테고, 스스로도 더 노력해야 하는게 아닌지 불안감에 휩싸이고 했으니까 그럴때 마다 작가는 주문처럼 되뇌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아 오늘 푹 쉬어야 내일 기분 좋게 일할 수 있어 1년 달리고 말 것이 아니라 10년, 20년을 달리려면 이렇게 살아야해" 필요 이상으로 애쓰기보다는 한계를 받아들이고,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기쁜 마음으로 달릴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 한수희 작가가 말하는 무언가를 오래오래 좋아하기 위한 방법이다. p47

우리는 종종 삶을 여행에 비유하곤 한다.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달린다는 점에서 특히 그러한데, 방향만 다르지 않다면 자크처럼 조금은 길을 잃어도 괜찮지 않을까? 대체 언제 파리에 도착하냐는 앤의 질문에 자크는 이렇게 답한다. "파리는 어디 도망 안가요. paris can wait" 우리의 삶을 그저 목적지로 가는 경유지로 만들지 아니면 그 자체로 낭만적인 여행으로 꾸려나갈지는 오롯이 자신의 몫이다. 시간 좀 낭비하면 어떤가, 앞으로 걸어갈 길이 장미향으로 그득해지기만 한다면 p.50

저는 어릴때 부터 소파보다는 의자를 좋아했어요. 소파에서는 너무 늘어져서 가끔 말을 잊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의자는 약간 텐션이 있잖아요. 최소한 집중을 하게 되고 이야기도 할 수 있다는 면에서 의자만큼 좋은게 없다고 생각해요. p.200

저희 둘다 서로를 그대로 두는 편이에요. 누군가의 성향을 바꾸려고 하는게 어떤 프레임을 만들어 놓고 그 사람을 거기에 맞추려는 거잖아요. 그럴 거면 굳이 왜 이사람을 만나야 하나 싶어요. 저랑 다른 면이 있더라도 그걸 억지로 바꾸려 하지 않고 그냥 두는 게 제일 좋지 않나 싶어요. 영화 <싱글맨>에 나오는 한 장면을 좋아하는데요. 같은 소파에서 같은 음악을 들으면서 서로 다른 책을 읽는 신이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부부의 모습이에요. 책의 취향은 달라도 독서라는 키워드는 같은 그 모습이 너무 좋더라고요. 결혼은 결합이라고 말씀하셨지만 저는 결합보다는 공유인 것 같아요. 결합이 아귀가 딱 맞아떨어지는 거라면 공유는 그냥 그 상태로 있는 거죠. 그런 관점에서 서로를 그냥 인정하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p.205

여유는 정신적 넉넉함이다. 여유는 부족함과 결핍이 없는 상태다. 개는 두려워서 짖고 사람은 고난을 헤쳐 나갈 여유와 자신감이 없을 때 불평한다. 몸의 근력은 부드러운 근육에서 나오고, 강한 마음은 넉넉하고 온유한 여유에서 나온다. 비교에 시달리면 천만금을 쥐고도 넉넉한 여유가 없고, 손해를 두려워하면 황제 자리에서도 베풀지 못한다. 구렁이가 사슴을 삼키면 소화를 못시켜서 죽는다. 넉넉함은 자기 능력을 무리하게 사용하지 않을 때 생기고, 온유함은 서로를 애틋하게 생각하는 따뜻함과 부드러운 태도에서 생긴다. 넉넉한 마음은 가득 찬 호수 같아서 높낮이와 이익을 다투지 않고, 온유한 마음은 땅 속에서 뿌리 뻗는 죽순 같아서 무르익기 전에는 노출시키지 않는다. 넉넉한 마음은 천년 바위 같아서 어떤 압력에도 흐트러지지 않고, 온유한 마음은 무심한 강물 같아서 험한 꼴을 당해도 화를 내지 않는다. 산다는 자체를 행복으로 알고 천하를 이미 얻은 듯이 넉넉한 품위를 찾자.한국경제 - 박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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