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2 - 베르나르베르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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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리뷰

기억2 - 베르나르베르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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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2 - 베르나르베르베르



 "각자의 생은 부정적인 지난 경험에 대한 반작용적 소원의 실현 과정이다. 우리는 그렇게 보완을 통해 더 나은 존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가 새로운 생을 출발할 때마다 지난 생의 실패를 바탕으로 새로운 그림을 그리는 것은상대가 가진 구슬의 색깔과 배치를 맞추는 마스터 마인드 게임과 비슷한 원리다. 똑같은 색깔의 구슬들이라도 순서를 다르게 배치하면 게임의 성격이 전혀 다르게 변한다."

 전 편을 덮고 비교적 나중에 후 편을 읽었지만, 전 편을 다시 훑지 않아도 책 내용이 세세하게 기억이 났다. 아마도 베르베르작가의 책이여서 웬만한 스토리를 다시금 상기할 수 있었을 것이다. 베르베르 작가는 사소한 것에도 그만의 세계를 단단하게 구축시킨다. 그래서 작가의 세계에 빠진다면 '나무'와 '개미' 같은 소설 처럼 어떤 것이 소설인지 현실인지 의문스러울 정도로 깊이 매료된다.

 기억 1편에서 '판도라 상자'라는 최면 공연을 보러 갔다가 우연히 관객 체험 대상자로 선택되게 된 '르네' 최면 속 깊숙한 무의식 속에서 처음으로 본 전생은 제 2차 세계 대전의 전장에서 목숨을 잃은 자신이다. 이 경험은 그의 인생을 뒤흔든다. 결국 다시 기억의 문을 연 르네는 총 111번 전생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백작부인, 고대 로마 갤리선 노잡이, 캄보디아 승려, 인도 궁궐의 여인, 일본 사무리아를 비롯한 수많은 전생의 기억이 되살아난다. 르네는 자신의 존재를 출발시킨 태초의 전생 1번 문을 열었는데 최초의 전생은 놀랍게도 현대인이 <아틀란티스>라고 부르는 전설 속의 섬에 사는 남자 '게브'였다. (스포일러 없습니다.)

 기억 2편에서는 아틀란티스가 바닷속에 잠겨 버렸다고 알고 있는 르네는 어떻게든 게브를 구하고 싶어 <판도라 상자> 무대에서 만났던 최면사 오팔이 르네의 조력자를 자처한다. 현생에서는 경찰에 쫒기며 정신병자 취급을 받고, 전쟁에서는 대홍수가 예고된 가운데 르네와 게브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스포일러 없습니다.)

 1편에서는 르네가 자신의 전생을 만나고 전생을 통해 잊혀진 역사적 사실에 대해 눈을 뜬다면, 2편에서는 자신의 첫번째 전생인 아틀란티스의 문명을 보존하기 위해 현생에서 전생과 접속해 끊임없는 노력을 한다. 그 속에 담겨 있는 인류의 기원, 종교의 시작, 이집트 신화와 같은 역사적인 설명은 작가의 상상력과 어우러 책의 재미를 더한다.

 "가만히 기다리는 어린아이처럼 살기 위해 존재하는게 아니라는 걸요."
 "당신이 진정 믿는 게 당신의 전부가 아닙니다. 당신이 진정 누구인지 기억할 수 있나요?"

 첫번째 전생이였던 '게브'가 있어 '르네'가 존재하는 걸까? 아니면, 현재에서 모든 전생을 만나게 할 수 있었던 '르네'가 있어 '게브'가 존재하는 걸까? 우리는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나가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정해진 운명처럼 그조차도 다 정해진 길을 따라가고 있는 것인지 책의 마지막 장에서는 나름 계란이 먼저일까, 닭이 먼저일까 와 같은 유명한 말장난이 떠오르기도 했다. 운명이 정해져있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그냥 묵묵히 받아들이며 살 것인가 아니면, '게브'처럼 항아리를 짊어진 채 미래를 위해 꿋꿋이 자신의 길을
걸어갈 것인가. 역시 어떠한 현상의 개념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답변은 판이하게 달라질 것이다.

 나폴레옹은 "역사는 누구나 동의하는 거짓말들을 모아 놓은 것이다." 라고 말한 것으로 유명하다. 사람들의 기억에만 남아있는 것은 그 사람이 죽는 순간 영원히 사라진다. 한편으로 기록 없는 기억이라는 것이 얼마나 연약한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111번의 전생 문에 서 있는 '르네' 겹겹의 세월 속에서 그가 살았던 삶들은 이전 생의 바램, 소망으로 환생한 삶들이였다. 나 역시 한 시대를 살아가는데, 스스로 '행복'을 무엇이라고 정의하며 살고 무엇을 바라며 살아가야하는지 스스로에게 끝없이 반문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작가가 말하는 상상의 세계에서 나의 다음 전생의 문 뒤의 인물을 위해서라도 ;)

- 오팔이 애틋한 표정으로 거인들의 해골을 내려다본다. (소명을 다하고 나서 이렇게 손을 꼭 잡고 죽은 걸 보면 두 사람이 무척 사랑했었나 봐요.) 르네가 빙그레 웃는다 1만 2처년 동안 111번의 환생을 거치며 내가 했던 것 중에서 가장 멋진 사랑이었지.

- (나는 우연히 세상에 태어난게 아니다.)

- 그는 1869년 사망해 파리페르라셰즈 공동묘지에 묻혔다. 그의 무덤에 세워진 흉상 밑에는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다.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존재하고, 모든 현명한 결과에는 현명한 원인이 존재한다. 원인의 힘이 결과의 위대함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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