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몬드 - 손원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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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리뷰

아몬드 - 손원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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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 손원평



 책 제목과 표지때문인지, 늘 궁금했던 책이였다.
아몬드라는 제목이 왜 붙혀진걸까? 표지 속 소년은 왜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걸까?

 우리 귀 뒤쪽에, 머리로 올라가는 깊숙한 어디께 단단하게 박혀있는 아몬드 만한 무언가가 있다. 이것은 복숭아씨를 닮았다고해서 '아미그달라' 혹은 '편도체'라고 부른다. 외부에서 자극이 오면 아몬드에 빨간 불이 들어온다. 자극의 성질에 따라 공포를 자각하거나 기분 나쁨을 느끼고, 좋고 싫은 감정을 느낀다.

 그런데, 주인공 '선윤재' 는 아몬드만한 편도체가 작게 태어나 분노도, 공포도 잘 느끼지 못한다. 이 때문인지, 주인공은 느끼지 못하지만, 가족인 엄마와 할머니는 윤재가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있을까, '희노애락애오욕' 카드를 이용해, 이런 상황엔 어떤 표정과 말을 해야하는지 반복하고 연습한다. 물론 지극한 사랑을 바탕으로말이다.

 그래서, 책의 제목이 아몬드구나 흥미를 느끼며 읽어나가던 중 역시나 눈이 펑펑 내리는 크리스마스이브 사건은 벌어진다. 이 사건으로 인해, 윤재는 비극적인 상황 속에서 새로운 상황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이로써 성장 소설의 배경이 완성된다라고 해야할까..)
(적나라한 스포일러는 하지 않겠습니다.)

 "사람들은 곤이가 대체 어떤 앤지 모르겠다고 했지만 나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단지 아무도 곤이를 들여다 보려고 하지 않았을 뿐이다. 내 머리는 형편 없었지만, 내 영혼마저 타락하지 않은건 양쪽에서 내 손을 맞잡은 두 손의 온기 덕이였다."

 소년은 어릴적 실종돼 중국인 체류자 부부, 보호시설, 소년원을 맴돌았다. 소년 쩌양, 동구, 이수 여러 이름이 있었지만, 그보다 훨씬 강해보이는 곤이라는 이름을 택했다.

 어두운 과거 때문인지 곤이는 반복해서 소동을 벌인다.그의 타겟은 '선 윤재' 자신의 지속적인 괴롭힘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그의 반응이 어쩌면 약해지면 안된다는 두려움으로 가득 찬 곤이의 마음에 분노와 호기심이 같이 일렁였을 것이다.

 "도라는 곤이의 정반대 지점에 서 있는 아이였다. 곤이가 고통, 죄책감, 아픔이 뭔지 알려 주려 했다면 도라는 내게 꽃과 향기, 바람과 꿈을 가르쳐 주었다. 그건 처음듣는 노래 같았다.도라는 누구나 알고 있는 노래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바꿔 부를 줄 아는 아이였다.

 감정을 느끼는데 어려움을 갖는 윤재가 마음 한켠이 요동친다. 바로 맑은 감성을 가진 육상부 '도라'다. 친한 친구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늘 친구들이 곁에 있었고, 때론 혼자 다니기도 하지만 왕따를 당하거나 겉돌지 않는 아이, 그저 자기 혼자 존재하는 아이 그런 모습을 보고 느끼는 감정이 무언인지 생각해본다. '예쁨의 발견' 공감이 어려운 작은 편도체 안에서 무엇은 발견한 것일까? 점점 새로운 감정들을 머리에서 가슴으로 느끼는 윤재의 모습이 나타난다.

 '윤재' '곤이' '도라' 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비극적이지만, 슬픔, 사랑, 두려움이란 것들을 느끼며 첫 장의 아이들의 모습과는 크게 변화한 모습들을 느낄 수 있었다. 나 또한 모든 일에 지나치게 열성적인 주인공이 아니라 '알렉시티미아', '감정표현불능증' 이라는 전제 속에서 객관화 된 주인공의 한 문장, 한 문장이 오히려 더 아픈 곳을 찌르는 느낌이였다.

 온정이 넘치는 따뜻한 세상이였으면 이런 비극적인 일에 마음 아플 일은 없겠지만, 우린 언제나 서로를 경계 하며 살아가야한다. 그 어떤 누구도 덥석 믿으면 안되는 세상 속에서 감정 표현 또한 자제하는것이 미덕이라 배운다. 상대방을 존중하기 앞서 나 자신 먼저 존중하기 어려워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사회적 약자를 헤아리고 배려하는 것은 개인이 할 일이지만, 근본적으로 묻지마 살인 따위와 같은 범죄가 일어나는 불안한 사회 구조와 소외된 청소년과 소년원의 청소년이 성장하여 협동적으로 사회 시스템에 안전하게 참여를 유도하는 것 이러한 본질적 보안, 개선이 필요하다. 역시 어른이 된 지금, 어른으로 살아가는 것이 버겁지만 아이들을 위해서는 언제나 책임감 있는 어른이 필요하다. 

 

 "사실 어떤 이야기가 비극인지 희극인지는 당신도 나도 누구도 영원히 알 수 없는 일이다." - 손 원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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