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월모일 - 박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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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리뷰

모월모일 - 박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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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월모일 - 박연준



 "이 산문집은 평범한 날을 기리며 썼다. 빛나고 싶은 적 많았으나, 빛나지 못한 순간들, 그 시간에 깃든 범상한 일들과 마음의 무늬를 관찰했다. 삶이 1%의 찬란과 99%의 평범으로 이루어진 거라면 나는 99%의 평범을 사랑하기로 했다. 작은 신비가 숨어 있는 아무 날이 내것이라는 것을 모과가 알려주었다. 내 평생은 모월모일의 모과란 것을." -본문내용중-

 처음엔, "모과? 모과 한 알이 어쨌단거지?" 라고 의아해 하면서 이 책을 읽었다. 읽을수록 박연준 작가, 아니 박연준 시인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과 그의 작은 하루 하루들이 모여 절대 평범하지 않은 세상이 꾸려졌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보통'의 뒷면은 '특별'이다. 쉽게 뒤집힐 수 있다. 인간은 앞면과 뒷면을 다 가지고 있다. '보통 사람'이란 말은 인격의 개별성을 무리에 밀어넣고 싸잡아
뭉개는 말이다. 무리의 위세에 기대어 한 사람을 평준화 할 때 사용하는 말 이다. 하나하나 꼼꼼히 들여다보면 모든 인간은 제각기 다르게 특별하다.

 다들 그런 경험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지극히 평범하고 똑같은 순간도 좋아하는 노래를 입히면, 순간 세상이 달라져보인다고, 나 또한 길을 거닐거나, 설거지를 하거나, 책을 읽을 때 분위기에 맞추어 노래를 재생하면, 반복되는 일도 무드가 더해져 순간이 특별해져보인다.

 "박연준 작가에게도 책상 앞 모과 한 알이, 그런 음악과 같은 것이 아니였을까...?" 비단 우리에게 모과 한 알이지만, 시인의 눈엔 자신 앞에 놓인 모과가 아무 날이 아닌 하루 속에 작은 신비였다고 말해준다. 덕분에 작가의 글을 통해 나도 내게 있는 모과 한 알 같은 것들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우리는 타인과 크게 다르지 않길 바라면서 또한 특별하길 바란다. 이중 심리가 숨어 있다. 그런데 '특별' 이란 말의 의미를 찾아본 적 있는가? '보통과 구별되게 다름'이다. 특별은 '보통' 없이 존재할 수 없다. 어떤 보통은 특별하다. 때론 어떤 특별이 보통인 것처럼, 보통이 정말 우아하고 아름답다면? 그것과 구별되는 특별은 되려 후진 게 될 수 있는 것이다. 당신의 인생에서 기대하는 것은 보통인가? 특별인가? 프레임에 갇히면 곤란하다. 세상엔 절대 보통도, 절대 특별도 없다.

 내가 생각하는 성공한 삶은 '나 다운 삶'을 사는 것이라 생각한다. 인생은 길이로 가늠할 수 없다. 내가 나 다울때가 가장 편안한 상태이며, 그 편안한 마음이 상대방에게도 전해져 주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된다. 자아를 실현하며 살아가는 것이 오히려 특별한 것으로 간주되어, 버티는 삶에 감정의 홍수를 퍼붓지만, 가까이에 있는 친구, 반려견, 책, 음악, 책상 위 모과 한덩이가 평범함, 특별함 따위는 생각나지 않게 해줄 것이다. 모두 태어나 살아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특별하고 소중하다 :) !

 최근 읽은 산문집 중에서는 박연준 작가의 산문집이 가장 좋았다. 11월이 지나기 전에 가볍게 정독하기 좋은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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