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에의 강요 - 파트리크 쥐스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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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리뷰

깊이에의 강요 - 파트리크 쥐스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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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 파트리크 쥐스킨트



 만약 당신의 평판과 쌓아온 업적에 대해서 얼굴도 모르는 이로부터 부정을 당한다면, 당신은 어떤 생각과 반응을 보일 것인가?

 "당신 작품은 재능이 있고 마음에 와 닿습니다. 그러나 당신에게 아직 깊이가 부족합니다." 

 여기, 한 젊은 여류 화가가 있다. 그녀의 초대 전시회에서, 이와 같은 말을 듣게된다. 이틀 후, 그 평론가의 말이 다음과 같이 실렸다. 그 젊은 여류 화가는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고, 그녀의 작품들은 첫눈에 많은 호감을 불러 일으킨다. 그러나 그것들은 애석하게도 깊이가 없다. 그녀는 이 비평을 가볍게 넘기지 못하고 생각하고 생각하다가 결국 더이상 작품을 시작하거나, 완성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그래 맞아 나는 깊이가 없어."

 아이러니 한 것은 그녀를 죽음으로 몰아간 그 비평을 한 비평가는 그녀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기 위해 그런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그녀는 결국 시름시름 앓다가 자신의 모든 그림들을 구멍내고, 갈기갈기 찢은 후 139미터의 텔레비전 방송탑 위에서 아래로 뛰어내리며 생을 마감한다.

 인간은 좋은 일이 생기면, 기분이 좋아지고 안좋은 일이 생기면 기분이 안좋아진다. 으레 그러하다. 하지만, 일어나지 않은 오만가지의 일을 놓고, 우리는 생각한다. 특별한 일 없이 기분이나 감정이 나빠지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왜곡된 진실을 만들어 낸다.

 가령 관중 들 앞에서 발표를 했다고 생각해보자, 발표가 끝난 후 자신의 발표를 돌이켜 봤을때, 박수를 치지 않은 이의 눈빛이 생각나거나 자신만 아는 실수의 말마디가 떠오른다. 하지만, 어떤 이는 그와 같은 점들을 계속해서 생각해 용기를 잃을 수 있을 것이고 어떤 이는 다음 강연을 위한 준비 피드백으로 삼을 것이다. 같은 사건에도 다양한 반응들이 나타나는 것이다. 중요한 점은 (감정과 행동 사이에 '자동적 사고'가 개입된다). 즉, 생각이 사고를 왜곡시키며, 자신도 모르게 통제되지 않은 감정들이 나타나고 부정적 감정에 노출을 받으면 부정적 자동적 사고 악순환의 고리로 이어지게 된다.

 왜곡된 자동적 사고를 끊어내지 못하면 우리는 세상을 능동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수동적으로 살아지게 될 것이다. "내가 왜 그런 감정이 생겼을까?" 반추하며, 불쾌한 감정이 떠올랐을 때 스스로에게 물어볼 수 있는 알아차림이 있어야한다. "내가 왜 이러한 감정이나 기분을 느끼는거지?" "이렇게 느끼는 것이 타당한가?" '자동적 사고'를 '사고'로 바꿀 수 있어야한다.

 취업, 사업, 연애에 실패를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냥 단지 잘 안됐을 뿐이다. 다시 도전할 수 있고, 다른 인생의 테마에서 승리자가 될 수 있다. 지금 안됐다고 인생 전체에 실패자가 되었다는 생각은 지나친 왜곡을 한것이다. 부정적인 생각 속 자신을 죄인시 여기는 태도는 지양해야 할 것이며 나를 좀먹는 왜곡된 사고의 연결고리는 이제 끊어야 한다.

 그녀 또한, 비평가의 말을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도전에 대한 심리로 자극이 되거나, 스스로가 느꼈던 감정에 대한 알아차림이 있었다면, 그녀의 예술이 어떤 말로를 향했을지는 몰라도, 인생의 비참한 죽음은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질문을 던져볼 문제이다. 또한 마지막 에세이인, 독서의 망각처럼 지금 쓰는 이 서평들의 한 글자 한 글자가 다시 망각으로 되돌아올 지 몰라도, 읽고 쓰는 행위를 멈추지 않고, 삶으로 승화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면 조금 더 삶이 윤택해지리라 결심해본다.

 깊이에의 강요는, 3편의 단편소설, 1편의 에세이로 구성된, 4편의 단편 중 1장으로, 6p의 가장 짧은 분량의 소설이다. <'깊이에의 강요', '승부', '장인 뮈사르의유언' '독서의 망각'> 단편 소설답게 굉장히 빠른 전개로, 생동감 있는 소설이였다. 모두 삶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데, 그 중 깊이에의 강요와 독서의 망각이 가장 공감되었으며, 인상 깊었다.

(문장 중에서)

책을 읽을 때에도 인생항로의 변경이나 돌연한 변화가 그리 멀리 있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보다 독서는 서서히 스며드는 활동일 수도 있다. 의식 깊이 빨려 들긴 하지만 눈에 띄지 않게 서서히 용해되기 때문에 과정을 몸으로 느낄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문학의 건망증으로 고생하는 독자는 독서를 통해 변화하면서도, 독서하는 동안 자신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줄 수 있는 두뇌의 비판 중추가 함께 변하기 때문에 그것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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